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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은 밤에 전기를 못 만들지 않나? 이런 주장을 기사로 쓰는 신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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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은 1초라도 전기가 끊기면 큰일난다고 주장하는 신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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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기후에너지부 장관이 당연하다는 듯이 기저 전력으로 원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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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0년 전과 다르다. 비싸고 간헐적이고 보조 전원으로 써야 했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재생 에너지에 대한 편견도 많았고 원전 외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다음의 네 가지 주장은 거짓이거나 절반만 사실이다.
- 주장 1: 반도체 팹은 24시간 돌아야 하므로 간헐적인 재생 에너지로는 가동할 수 없다.
- 주장 2: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으면 정전이 자주 발생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할 수 없다.
- 주장 3: 해외 반도체 공장도 실제로는 재생 에너지로 돌리지 못한다.
- 주장 4: 한국은 재생 에너지 자원이 부족하고 비싸서 반도체 전력을 감당할 수 없다.
이게 왜 중요한가.
- [전기가 필요하니 발전소를 짓는다]는 단순 논리가 너무 강하다. 언론은 물론이고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도 사실과 다른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 전력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발전소 몇 개 더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전력 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 오래된 거짓말 네 가지를 살펴보고 팩트와 사례로 반박해 본다.
주장 1: 반도체 팹은 24시간 돌아야 하기 때문에 간헐적인 재생 에너지로는 가동할 수 없다.
- 판정: 사실이 아니다.
- 이건 정말 멍청한 소리다. 전기는 발전소에 플러그를 꽂는 방식으로 받아오는 게 아니다.
- 그리드는 공용 저수지와 같다. 여러 발전소에서 물(전기)을 붓고 이걸 필요에 따라 퍼가는 방식이다. 물 높이(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저수지(그리드)에 붓는 물이 태양광이든 원자력이든 LNG든 전력의 안정성은 그리드 차원에서 해결한다.
-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은 배터리 저장 장치로 해결하거나 남아도는 LNG 발전 등 유연성 자원으로 보완할 문제다.
주장 2: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으면 정전이 자주 발생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할 수 없다.
- 판정: 사실이 아니다.
- 재생 에너지의 간헐성과 계통 관리의 문제를 혼동하면 안 된다.
- 정전은 전력 공급이 부족할 때도 발생하지만 전압과 주파수의 균형이 무너질 때 발생한다.
- 전력 수요가 늘면 주파수가 떨어지고 줄면 오른다. 그때마다 전력 공급을 조절해서 주파수를 맞춰줘야 한다. 주파수 조정에 실패했을 때 발전소를 보호하려면 계통 접속을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정전이 발생한다.
- 2025년 스페인과 포르투갈 정전 사태는 전압 제어의 실패와 발전기 보호장치의 연쇄 탈락 등 계통 관리의 문제였다.
- 2021년 미국 텍사스주 정전 사태는 천연가스 인프라가 얼어붙어서 발생했고 2021년 대만 정전 사태는 변전소 조작 오류가 원인이었다.
- 2016년 호주 정전 사태는 송전탑 파손이 원인이었지만 역시 계통 관리의 문제였다.
- 재생 에너지 비중이 높아서 정전이 발생했다는 결론이 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 OECD 회원국의 정전시간(SAIDI)을 분석한 결과 재생 에너지 비중이 늘어난 32개국 가운데 17개국(53.1%)은 오히려 정전시간이 줄었다.
- 풍력 발전이 전력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덴마크는 연간 정전이 21.9분으로 유럽 최저 수준이다. 재생 에너지 비중과 계통 신뢰도는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주장 3: 해외 반도체 공장도 재생 에너지로는 안 돌아간다?
- 판정: 사실이 아니다.
- 주요 반도체 기업과 하이퍼스케일러 기업 다수가 이미 재생 에너지 조달 비중 90~100%를 달성했거나 그 경로에 있다.
- TSMC는 풍력 발전을 30년 독점 계약했다.
- 인텔은 인텔은 2012년부터 재생 에너지 100%를 달성했다.
- 마이크론 미국 공장도 100% 재생 에너지 기준을 맞추고 있다.
- 애리조나주 피닉스 TSMC ‘팹 21’은 재생 에너지 100% 기준을 채웠다.
- 구글 버지니아 데이터센터는 재생 에너지 90%를 달성했다.
주장 4: 한국은 재생 에너지가 부족하고 비싸다?
- 판정: 절반만 사실이다.
- 비싼 건 사실이지만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고 부족한 게 아니라 의지와 속도의 문제라고 봐야 한다.
-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한국 태양광의 기술적 잠재량은 연간 3117TWh, 2023년 전체 전력소비(588TWh)의 다섯 배가 넘는다.
- 이격거리 규제 등을 반영한 보수적 잠재량(666TWh)만 따져도 한국 RE100 가입 기업 전체 전력소비(연 56TWh)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 2024년 한국의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10.6%. 세계 평균(32%)의 3분의 1이다. 풍력 발전은 0.5%밖에 안 된다. 이격거리 규제와 계통 접속 등의 문제로 잠재량의 10%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다.
- 2024년 말 기준으로 한국의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은 각각 27.1GW와 2.3GW다.
- 11차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각각 55.7GW와 18.3GW까지 늘릴 계획이다.
- 1차 재생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는 2030년 100GW에 이어 2035년 150GW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발전비중 30% 이상이 목표다.
- 문제는 송전망이다. 전남은 이미 태양광 34GW와 풍력 약 21.3GW가 접속 대기 중이다. 한국의 일조량은 독일보다 높다. 해상 풍력이 목표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지만 결국 속도의 문제다.
재생 에너지가 더 싸다.
- 1차 재생 에너지 기본 계획에서는 2035년 태양광 발전단가를 80원/kWh 이하(원전 수준)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산업용 전기 요금이 오르면서 재생 에너지 PPA 단가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상황이다.
- 2023년 기준으로 한국 태양광 발전 단가는 1MWh에 110달러로 미국 63달러나 독일 58달러의 두 배 수준이다.
- 로렌스버클리연구소(LBNL) 분석에 따르면 2030년 기준 한국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의 LCOE(균등화 발전 단가)는 47~48달러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원전을 포함한 모든 발전원 중 가장 싸다.
-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1년 이후 68.7% 올라 182.7원/kWh에 달하면서, 170
180원대인 PPA 계약단가와의 격차는 이미 등가역전 구간에 들어섰다. - “재생 에너지 안정성 42개국 중 꼴찌”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이 자주 인용되지만, 이는 저장장치나 계통 보강 없이 태양광과 풍력만으로 수요를 맞출 때의 이야기다. ESS와 유연성 자원을 결합하는 실제 계통 운영과는 전제가 다르다.
재생 에너지로 되나 안 되나, 질문을 바꿔야 한다.
- 논쟁이 겉도는 이유는 성격이 전혀 다른 세 가지 질문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 첫째, 1초도 전기가 끊기면 안 된다는 건 하나마나한 소리다. 전력 품질은 계통의 문제다.
- 둘째, 재생 에너지 100%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서 전기를 직접 끌어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인증서 구매와 PPA도 포함된다. 일단 저수지를 키워야 한다.
- 셋째, 간헐성 역시 계통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하루 단위 간헐성은 배터리로 해결하고 계절 단위 간헐성은 해상 풍력이나 일부 LNG 발전을 병행해야 할 수도 있다. 계통의 문제를 재생 에너지 탓을 하면 안 된다.
- 김종규(식스티헤르츠 대표)는 “AI 데이터센터의 경우는 전력 사용랑이 급등하거나 급감 할 수 있는데 원자력은 이런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없고 당연히 계통에 연결해서 관리해야 하는 건 재생 에너지와 다를바 없다”고 지적했다.

결론: 메가 프로젝트, 재생 에너지를 파격적으로 늘려야 가능하다.
- 재생 에너지는 간헐적이라 반도체 공장에 쓸 수 없다는 건 멍청한 소리다. 세계적으로 많은 기업들이 재생 에너지 기반으로 옮겨가고 있고 당연히 반도체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 ASML 한국 사업장은 이미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했는데, 삼성전자의 국내 RE100 이행률은 9%, SK하이닉스는 11% 수준이다. 차이를 만든 것은 태양과 바람이 아니라 제도와 선택이다.
- 삼성전자는 한국의 전체 산업용 전력의 17%를 쓴다. 메가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이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 엠버(Ember)에 따르면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쓰는 전기가 한국 전체 태양광+풍력 발전량보다 20% 이상 많다. 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파격적으로 늘리지 않는 이상 재생 에너지 100%를 달성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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