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고①] 전쟁의 시대,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우리는 지금 강정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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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ㄱㆍ찌글라!”에 초대합니다

이태호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제주해군기지전국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제주 해군기지가 준공된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강정마을에서 주민들이 이 기지에 반대하는 운동을 시작한 지는 7000일을 넘어섰습니다.

해군기지 건설은 주민 동의 없이 시작되었습니다. 강정주민들과 시민들이 눈물로 호소하고 온몸으로 막아나섰지만, 국가는 경찰과 포크레인을 앞세워 공사를 강행했습니다. 무고한 시민들이 무수히 연행되고 처벌되었지만 국가폭력의 책임자 어느 누구도 응당한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시민이 일으킨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주민들에게 사과하겠다며 강정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해군기지에 전 세계 군함들을 불러모으는 관함식을 열고 경찰 벽을 치고 찬성 주민들만 만나고 돌아갔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했던 노무현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하나같이 제주해군기지가 평화와 해양의 안전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었습니다. 정부는 이 기지가 한국해군의 기지라고 주장하지만, 기지 설계부터 미국의 핵항공모항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도록 요청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습니다.

해군기지가 착공된 이후 한미일 해군이 군사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프리덤 에지’라고 불리워지기 시작한 이 훈련이 중국을 겨냥한 다영역작전 훈련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2025년 개최된 제주생명평화대행진 ⓒ2026제주생명평화대행진 조직위원회

제주해군기지는 2025년 창설된 기동함대사령부의 모항입니다. 이 사령부는 스스로 한국형 ‘3축 체계’의 해상 기반 핵심 부대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3축체계의 첫 번째 단계인 킬체인은 선제공격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이란 침공과정에서 확인되었듯이 미사일 방어도 이름만 방어이지 선제공격을 보장하고 이후 확대보복을 자유롭게 하기 위한 공격지원 장치라고 봅니다. 이 시스템이 북한을 대상으로 사용되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한미동맹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대중국 다영역작전에 동원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탈냉전 이후 제주도가 다시는 과거와 같은 전쟁과 국가폭력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공존의 허브로 만들자는 도민과 국민의 염원을 모아 제주를 ‘생명평화의 섬’으로 지정했습니다. 지금 제주도는 전쟁을 부르는 공격의 창끝이 되었고, 패권경쟁의 전초기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해군기지에 이어 제2공항이라는 이름의 공군기지도, 우주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로켓 발사시설도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 이후에는 미국과 협력하여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 위한 계획이 실행되고 있습니다. 한국군은 핵추진 잠수함이 미군의 대중국전략에 사용될 리 없다고 강변합니다. 그러나 전략무기를 공유하면서 전략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미군과 함께 아시아태평양과 인도양의 바다를 전쟁과 대결의 바다로 만드는 일에 동원될 가능성이 생기고, 제주해군기지는 그 최전선에 서게 될 것입니다.

탈냉전 이후 한반도의 분단과 대결을 극복하고 아시아태평양의 나라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계는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의 평화를 향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정부들은 공존의 질서를 만드는 대신 도리어 냉전시대 이전의 전쟁 시대, 제국의 시대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바다에서 심화되는 패권대결은 제주도와 한반도를 점점 더 전쟁과 폭력에 연루시키고 있습니다. 제주를 비무장 평화의 섬으로 만들어 전쟁의 바다를 협력과 공존의 공간으로 만들려 했던 지혜가 지금 더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강정마을 현장에서는 해군기지 폐쇄 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매일매일 이어지고 있는 평화활동가와 주민들의 운동은 단지 해군기지만이 아니라 제주도를 제2공항이라는 이름의 공군기지, 미사일 기지, 우주기지까지 포함하는 복합전초기지로 만들려는 현재와 미래의 시도에 저항하는 운동입니다. 강정은 이미 이 지역에 가득한 군사주의와 전쟁의 기운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평화와 공존의 목소리를 모아내고 연결하는 발신지이자 국제적 평화연대의 플랫폼입니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강정평화지킴이들의 매일매일의 노력에 우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평화를 향한 연대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2012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을 올해에도 개최합니다.

오는 8월 27일(목)부터 30일(일)까지 제주를 출발해 강정마을로 향하는 2026 제주생명평화대행진 “평화야 ᄀᆞ찌글라!”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전쟁의 시대를 물리치는 평화의 여정에 함께 해 주세요. 평화로 가는 길은 오직 평화 뿐입니다. 평화의 길을 함께 열어 주세요.

이태호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제주해군기지전국대책회의 공동집행위원장 ⓒ2026제주생명평화대행진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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