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변죽만 울린 2026년 세제개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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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정상화는 제한적, 1주택 특례는 확대
산업 세제지원·가업상속공제, 효과 검증 없이 확대
‘공정과세’ 내세우나 조세·재정 원칙과 철학의 부재 드러내

오늘(8/3) 이재명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부동산세제 개편이었다. 정부는 공급·금융·세제 부동산 토론회와 대통령 주재 부동산대토론회까지 개최하며 대대적인 부동산세제 개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조세정의에 현저하게 미달하는 종합부동산세를 ‘정상화’ 하기 위해서는 고액 부동산 보유에 상응하는 세 부담을 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막상 나온 개편안의 세 부담 강화는 수도권 조정대상지역의 일부 초고가 아파트 다주택자에게 집중되었고, 대다수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한 국가전략산업 세제지원과 가업상속공제도는 정책 효과와 공익성에 대한 검증 없이 확대했으며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이후 공백 상태인 금융 과세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다. 참여연대는 이번 세제개편안을 ‘공정과세’를 내세웠지만 정작 핵심 과세 제도의 정상화는 미루고, 예외와 특례만 확대하는 데 그친, 변죽만 울린 세제개편안으로 평가한다.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주택수가 아닌 자산가액 중심의 누진과세 체계로 개편한 것은 고액 부동산 보유에 따른 담세력을 과세에 반영하려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주택 자산이 소수 다주택자에게 집중된 현실에서 다주택자 기본공제액을 낮추고 거주용 주택가격 비율에 따라 공제액을 차등 적용한 것도 일정한 보완조치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종부세 실효세율이 낮은 현실에 대한 진단과 개선책이 전혀 없이 일부 고가 다주택자에 부담을 집중시키는 제한적 조정에 그쳤다. 단순 시뮬레이션 결과, 실제 세부담 증가는 수도권 조정대상지역의 고가 아파트를 두 채 이상 보유한 일부 다주택자에게 주로 집중된다. 특히, 1세대 1주택자 비과세 대상 주택 공시가격을 12억원에서 14억 원으로 높여 시가 약 20억 원 수준의 고가주택의 종부세 부담까지 없앤 것은 문제다. 아무리 거주 중심으로 개편한다고 해도 주택 보유가구의 약 74%가 1주택을 보유한 현실에서 고가주택까지 비과세하는 것은 실수요자 보호를 넘어선다. 이로 인해 일부 구간에서는 더 고가인 거주 1주택자가 비거주 1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보다 적은 종부세를 부담하는 역전 현상도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시가 30억 원인 거주 1주택자의 세액공제 적용 전 종부세는 2026년 276만 원에서 2028년 이후 234만 원으로 줄어, 시가 20억 원인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의 약 369만 원보다도 적다. 같은 시가 30억 원이라도 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는 234만 원인 반면, 비조정지역 2주택자는 734만 원,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는 898만 원으로 각각 약 3.1배, 3.8배로 지나치게 차이난다(<표1> 참고). 게다가 거주공제와 고령공제를 합산하여 최대 80% 공제하다보니, 시가 40억 원 주택의 경우 세액공제 전 종부세 734만 원에서 최대 공제시 실제 부담이 약 147만 원 수준에 그친다. 이는 거주공제가 고가 1주택 보유자를 과도하게 우대해 자산가액 중심 개편이라는 취지를 퇴색시키고 ‘똘똘한 한 채’ 선호를 더욱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기본공제와 거주공제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거나 축소해야 하며, 실거주가 고가주택 감세의 근거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의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특별공제로 단계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의미있다. 그러나 공제율을 최대 80%까지 인정하고, 10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에 대해 양도 차익 기본 공제를 연 250만원에서 2,500만원으로 10배 확대한 것(양도가액 30억 원 이하 주택까지 대상)은 실수요자 보호라는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혜택이다. 이러한 세제지원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정부는 ‘매물 유도’를 이유로 다주택자의 조정대상지역 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다시 2년간 유예했다. 이처럼 양도세 중과 유예를 반복하는 ‘양치기소년식 정책’은 조세 제도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한다. 시장에는 ‘버티면 감세된다’는 학습효과와 잘못된 신호만 남는다.

조세정책은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과세형평성과 예측 가능성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운영되어야 한다. 게다가 종부세와 양도세의 거주중심 개편과 종부세 주택가격 기준 일원화 등 핵심 내용이 2028~2029년에야 본격 시행되는 점도 우려된다. 단계적 시행은 제도 안착을 위한 경과조치겠으나 2028년 총선 등 정치일정에 따라 제도 변경 압력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세제지원도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국내생산세액공제를 신설하고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SMR·MMR 등으로 확대하는 등 전략산업에 대한 조세지원을 더욱 넓혔다. 그러나 새로운 조세특례를 도입하거나 지원 대상을 확대하기에 앞서 기존 세제지원이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 협력업체와의 성과공유 등 정책목표를 실제로 달성했는지부터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 세액공제는 기업을 지원하는 조세지출이기 때문에 지원 규모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K-칩스법을 비롯한 국가전략산업 세액공제는 대폭 축소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세제지원을 받는 기업에는 국내 투자와 고용 유지, 협력업체와의 성과공유, 하청·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 지역경제 기여 등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또한 투자·고용 실적을 공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에는 공제액 환수와 향후 세제지원 제한 등 실효성 있는 사후관리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 더해 과도한 세액공제로 초대형 기업의 실효세율이 지나치게 낮아지지 않도록 최저한세를 보완하고, 법인세 과세표준 3조 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7% 세율을 적용하는 등 초대형 기업에 대한 누진과세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업상속공제의 공제한도 상향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가업’에 대한 정의를 신설하고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심사체계를 일부 정비한다고 하지만 소위 ‘수도권 대형 베이커리 카페’로 묘사되는 가업상속공제의 악용 사례를 막을 방법이 담겨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 반면, 공제한도를 최대 1,000억 원으로 상향했다. 가업상속공제의 핵심은 해당 가업이 우리 공동체가 걷어야 할 세금을 걷지 않을 정도로 보존할 가치가 있느냐에 있다. 그럴 가치가 있다면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바와 같이 제3자 사업승계를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제3자가 사업승계하는 비율이 친족이 승계하는 비율을 이미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존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사실상 상속세 우회수단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가업승계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고용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공제 규모를 확대하기보다 제도의 공익성과 효과부터 원점에서 검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제한도는 그 이후의 문제이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오랜 공론화에도 일부 자산과세만 제한적으로 조정했을 뿐, 예외와 특례를 확대해 개혁의 일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는 조세부담률과 재정기반을 어떤 방향으로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중장기 조세·재정 철학의 부재를 보여준다. 정부는 자산과세 정상화와 조세특례 개편을 같은 원칙 아래 추진하고, 조세부담률과 재정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분명한 중장기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종부세 개편 시뮬레이션 포함 논평 [원문보기/다운로드]

<표1> 종부세 개편 1가구 1주택자 세액공제 전 시뮬레이션 (단위 : 원)

  • 26년은 연령 60세 이상에서 보유기간 고려시 1세대1주택 최대 80%까지 공제되므로 위 표와 크게 다름. 위 표는 1세대1주택 세액공제 전의 금액임.
  • 시가 40억 원 거주 1주택의 세액공제 적용 전 종부세 7,338,800원은 최대 80% 공제(거주+고령) 적용시 1,467,760원까지 감소함. 이는 20억 원 조정지역 2주택 3,693,333원보다 훨씬 적은 수준임.
  • 26년은 거주기간 최대 50% 공제, 60세 이상은 연령대별로 20~40% 공제, 합계 최대 80%까지 세액 공제됨. 27, 28년은 연령별 공제는 26년과 같고, 보유공제는 단계적으로 거주공제로 전환함. 다만, 세액공제 한도는 27년 800만원, 28년 600만원임.
  • (괄호)의 분수는 거주주택공시가격/총주택공시가격 합계의 예시임.
  • 정부가 발표한 자료 및 이번 문답자료에 기초해 가격대별 공시가율을 적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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