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톡] 연대와 돌봄, 가족을 구성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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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ㅣ망원정x 대표, 캔디 |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저자
인터뷰 및 정리ㅣ 이성윤·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형태의 가족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법적 가족이 아닌 경우 주거, 의료, 돌봄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수많은 제약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도가 이러한 다양한 관계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에 열린 봄봄클럽 <연대와 돌봄,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서는 제도 밖 가족의 돌봄과 가족구성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번 복지톡에서는 당시 초대손님으로 함께했던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의 저자 캔디님과, ‘정상가족’을 넘어 다양한 가족 형태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보호하기 위해 ‘가족구성권 3법’을 발의했던 장혜영님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봄봄클럽 <연대와 돌봄, 가족을 구성할 권리>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캔디님과 장혜영님2026.6.25. 봄봄클럽 <연대와 돌봄, 가족을 구성할 권리>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캔디님(왼쪽)과 장혜영님(오른쪽)(사진=참여연대)

각자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캔디 안녕하세요. 저는 동성 파트너의 말기 암 선고 이후 2년 간의 투병과 돌봄, 장례와 사별의 시간을 기록한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썼고, 지금은 큐라이프협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캔디입니다.

장혜영 안녕하세요. 21대 국회에서 정의당 국회의원으로 ‘가족구성권 3법’을 발의했었고, 현재는 망원정x라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혜영입니다.

캔디님의 책 <우리가 마지막 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는 파트너 ‘차력사’님의 투병을 함께하며 경험한 돌봄과 애도를 다루고 있는데요. 가장 소중한 사람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는 게 쉽지는 않으셨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세상에 꼭 내놓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캔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레퍼런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활동가로서 많은 사람을 알고 다양한 사건을 접해왔지만, 정작 제게는 참고할 만한 사례가 없다는 점이 의아했어요. 성소수자 역시 나이가 들고 파트너와의 사별을 겪을 텐데, 훗날 저와 같은 일을 겪을 사람들을 위해 레퍼런스가 되길 바란 부분이 있었어요. 또 하나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인데, 일종의 ‘직업병’ 같습니다. 활동가가 아니었다면 기록할 결심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 삶과 활동이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 무엇이 앞이고 뒤인지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깊게 연결된 상황이라 이걸 글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26.6.25. 봄봄클럽 <연대와 돌봄,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서 발표 중인 캔디님(사진=참여연대)

력사님을 간병하고, 사별의 과정을 통과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캔디 우선 가장 달랐던 것이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없었다는 겁니다. 저에게 돌봄에 대한 권리가 아무것도 없었어요. 이 사람이 아프다고 해서 서류를 떼서 먼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병원 예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병원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법적으로 병원에 가족이 아닌 사람이 옆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게 있진 않아요. 그런데 병원에서는 좀 더 혈연가족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혈연가족의 사인이나 동의를 받고 싶어 합니다. 그게 나중에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계속 제가 있는데도 보호자가 어디 있냐고 묻더라고요.

보호자가 되지 못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가장 절감한 순간은 호스피스 병동에 갔을 때였어요. 그때가 코로나 시기여서 보호자가 한 명만 들어갈 수 있었어요. 그때 력사의 엄마도 자기 딸이 죽는다는 걸 알게 되셨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함께 하고 싶으셨겠죠. 저라도 내 딸이 죽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끝까지 내가 돌보고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 마음을 머리로 이해를 했고, 마음으로도 공감해서 어머니가 들어가신다고 했을 때 ‘네, 알겠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너무 두려워지는 거예요. ‘내가 만약에 이 사람의 남편이었으면 혹은 와이프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어머니가 아무리 마음이 힘들고, 자기 딸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고 싶어도 남편이나 와이프가 있으면 그 사람한테 들어가라고 하지 않았을까, 나는 법적인 권한도 없고 가족들이 내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여기 못 들어가게 되는 건가 등 여러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가장 힘들었던 건 내가 이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과정이었어요. 그 마음을 소화하고 준비하는 결심을 하는 것 자체가 무척 고통스러웠고, 그 과정에서 제가 잃게 될 것들을 계속 생각해야되는 것이 괴로웠던 것 같아요. 내가 잘 설명하지 않으면 나에게 이 기회는 주어지지 않을지 몰라, 내가 계속 연락하지 않으면 나는 이 사람을 놓치게 될지 몰라, 어머니하고 잘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는 그냥 내동댕이 쳐질지도 몰라 라고 하는 것들을 끊임없이 계산했어요. 그리고 내가 주장할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거나 어떤 것들을 과도하게 주장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하는 과정이 남들에게는 필요 없는 과정들을 또 하나 수행해야 되는 것이어서 그런 것들이 저한테는 가장 어렵고 마음이 힘든 거였어요.

력사님을 돌보는 그 기간, 캔디님과 력사님 주변의 친구분들이 정말 멋지다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캔디님도 그래서 책 곳곳에서 친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셨고, “난 운이 좋았다”는 말도 여러번 하셨는데요. 사실 이런 관계는 ‘운’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잘 알잖아요. 이렇게 서로를 돌보는 관계, 어떻게 가능할까요?

캔디 제가 20대부터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은 비혼이거나 성소수자, 페미니스트 등 다양한 정체성이 섞인 이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늘 ‘혼자 혹은 친구들과 어떻게 같이 잘 살아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들이었죠.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우리가 그만큼 나이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0대에는 친구가 아프면 발을 동동 굴렀고, 친구의 죽음 앞에서는 그저 울기만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친구가 아프다고 하면 믿을 만한 의사와 병원 목록을 알려주고, 당장 필요한 돈을 통장에 먼저 보냅니다. 유언장 작성을 권하거나, 부모님께 우리가 함께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나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식과 지혜, 경험이 쌓인거죠.

저는 운이 좋았다고 계속 말하지만, 사실 이게 운이 좋다고 되는 일이어서는 안 되잖아요. 모두에게 가능한 일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 사람들은 관계 맺기를 무척 어려워하지만, 저는 그럼에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혼자 살 수 없어요. 그걸 외면하고 ‘사회가 어떻게 해줄 거다’, ‘법이 어떻게 해줄 거다’라고 하는데, 법이 보장해 주는 건 결국 최소한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귀찮고 힘들더라도, 서로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돌봄 받을 연습’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친구를 돕는 건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요. 하지만 정작 자신이 아플 때 친구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열에 아홉은 못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내가 돕는 건 할 수 있지만 내가 도움받는 건 주저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도움을 받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건 주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를 만나든, 공적인 지원을 구하든 간에, 내가 도움을 받을 줄 알아야 그들도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거거든요. ‘나는 어떻게 도움을 받을까?’, ‘도움을 받을 때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은 어때야 할까?’, ‘그 과정에서 어떤 대화를 나눌까?’ 평소에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연습하는 시간을 거쳐야만, 우리가 정말 필요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력사님의 마지막 순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큰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 교육도 받고,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교육상담팀에서 관련 일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무엇인지, 어떻게 준비하는 건지 자세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캔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임종의 순간이 됐을 때 심폐소생술이나 수혈 등의 연명 치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본인이 미리 의사를 밝히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나는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을거야, 수혈을 받지 않을 거야 등을 결정하는 것이죠. 19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서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하도록 되어 있고, 등록기관을 통해 작성·등록된 의향서는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되어야 비로소 법적 효력을 인정받으실 수 있어요. 비록 응급상황이나 가족의 강한 반대로 본인의 뜻이 100% 실현되지 않을 수 있지만, 환자가 어떤 마지막을 상상하고 원하는지 가족들에게 명확히 알려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실제 임종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가족들이 환자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고 고통 없는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도록 마음의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거죠. 실제로 력사의 경우도 호스피스 병동에 들어가니 의사 선생님께서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었다고 어머니께 설명을 해주셨어요. 그걸 듣고 어머니의 태도가 바뀌시더라고요. 이전에는 ‘어떻게 해서라도 얘를 살려주세요’ 였다면 ‘우리 애가 고통스럽지만 않게 해주세요’ 라고요. 더 중요한 것은 평소 가족들과 함께 연명 치료나 장례 방식 등 죽음에 대한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나는 화장을 꼭 해주면 좋겠어, 나는 타는게 너무 무서우니 화장은 안했으면 좋겠어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가족들이 환자의 마음을 미리 알고 그 마지막 뜻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지닌 진정한 의미인 것 같아요.

2026.6.25. 봄봄클럽 <연대와 돌봄,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서 발표 중인 장혜영님(사진=참여연대)

21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가족구성권 3법’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장혜영 가족구성권 3법이라고 하는 건 패키지 법안이에요. 첫 번째는 ‘비혼출산지원법’이라고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이고요. 두 번째는 ‘혼인평등법’이라고 하는데 동성혼 법제화라고 얘기하면 좀 더 쉽게 이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이건 민법을 일부 개정하는 법률입니다. 그리고 ‘생활동반자법’이라고 하는 법이 있는데 이건 없는 법을 아예 처음부터 제정하는 법입니다.

먼저 비혼출산지원법부터 설명을 드릴게요. 난임부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관 시술 같은 것들을 법적으로는 ‘보조생식술’이라고 지칭을 합니다. 그런데 보조생식술을 하는 비용이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이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를 모자보건법 안에서 규정을 하고 있어요. 근데 문제는 보조생식술을 지원받으려면 결혼을 한 상태여야 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게 법률혼이어도 되고 사실혼이어도 돼요. 어쨌든 결혼을 한 상태가 아니면 애를 낳게 도와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회가 많이 달라져서 혼인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이는 갖고 싶다는 분들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알려진 게 연예인 사유리 씨의 케이스죠. 그분은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아서 아이를 낳아서 한국에서 키우는데 그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어떤 분들은 굉장히 충격을 받으셨고, 어떤 분들은 ‘드디어 한국에도 이렇게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는구나’라고 반가워하셨는데요. 그렇게 어떤 여성이라도 혼인 여부에 관계없이 아이를 낳고 싶다고 한다면 보조생식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차별을 없애는 법안이 비혼출산지원법이라는 법의 내용입니다.

두 번째 혼인평등법은 정말 간단한 얘기인데요. 사실 대한민국에 동성혼을 금지하는 법적인 조항은 없습니다. 명시적으로 그런 법은 없어요. 한국의 민법은 혼인 제도를 어떻게 규정하냐면 성인 둘이 가서 ‘저희 결혼했어요’라고 서류를 내면 수리하도록 되어 있는 제도이거든요. ‘남녀여야 한다’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혼인신고를 했을 때 이 신청을 수리해줘야 되는 구청의 입장에서 ‘죄송하지만 이건 받을 수가 없어요’라는 방식으로 수리해 주지 않는 차별이 있어 왔던 것이죠. 그리고 그것의 근거로 헌법에는 남녀평등이라고 되어 있다는 등의 얘기들을 합니다. 사실 그것은 하나의 해석에 불과하지 헌법에 동성은 결혼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없거든요. 그래서 그런 헌법의 자의적인 해석을 통해서 실제로 민법에는 써 있지도 않은 차별을 하고 있기 때문에 ‘결혼이라고 하는 것은 동성 혹은 이성인 성인 두 사람이 서류를 내면 수리를 해주기로 한다’라고 명확하게 한 줄을 집어넣는 게 혼인평등법의 내용입니다. 동성혼을 명확하게 법제화하는 것이죠. 여기서 헷갈리시면 안 되는 부분은 ‘합법화’와 ‘법제화’의 차이인데요. 합법화는 불법인 것을 합법화하는 거잖아요. 근데 동성혼은 엄연히 말하면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명확하게 ‘법제화한다’라고 하는 의미에서 법제화라는 용어를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생활동반자법이라고 하는 게 제일 재미있는데요. 앞에 두 개는 기존에 있는 것에서의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라면 이건 없던 가족관계를 새로 만드는 겁니다. 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방법이 혼인, 출산, 입양 이렇게 3가지인데 거기에 더해서 생활동반자 관계라고 하는 것을 가족으로 만들자고 하는 얘기인데요. 생활동반자 관계라고 하는 게 사실 혼인이랑 꽤 비슷해요. 근데 혼인의 가장 큰 특징은 사돈이 생긴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집안과 집안이 결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이 생활을 함께하는 생활동반자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구청에 신청을 하면 ‘이 두 사람은 일종의 새로운 가족으로 인정을 함’이라고 하는 관계를 신설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이게 혼인이랑 비슷한데 성별이나 이런 건 상관없으니까 순한맛 동성혼 아니냐 이렇게 착각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생활동반자법이라고 하는 것은 누구여도 상관이 없어요. 생활동반자 관계는 꼭 그런 성애적인 관계를 전제로 하지 않고 두 사람의 성인이 ‘지금 내가 돌봄이 필요해, 가족이 필요해, 근데 너랑 나랑 돌보면서 살고 있잖아. 그러니까 법적 가족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고 싶어’라고 하면 구청에 가서 등록을 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이 관계가 필요하지가 않다면, ‘우리의 관계를 해소하자’라고 구청에 가서 신고하면 끝입니다. 그래서 이것은 현존하고 있는 법 밖에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 오로지 3가지밖에 없는 법적인 관계 안에 묶여 있는 사람들, 묶여 있는 게 마음에 안 들지만 다른 가족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다양한 나의 가족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법이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회에서 ‘가족구성권 3법’을 준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으셨나요? 어떤 순간이나 경험이 ‘이건 꼭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는지 궁금합니다.

장혜영 사실 ‘가족구성권 3법’으로 발의해야 했던 것은 아니에요. 각각의 법안은 성격도 다르고, 입법 발의를 위한 서명 확보의 난이도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비혼출산지원법은 하루 정도 전화를 돌리면 발의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생활동반자법은 반년 정도 열심히 하면 되는 법이었고요. 반면, 혼인평등법은 주변에서 발의 자체가 불가능할 거라고 했어요. 하지만 제게 이 법들은 모두 ‘내가 원하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라는 동일한 가치를 지향하는 법안들이었습니다. 동성애 차별 문제를 회피하려는 시선에 맞서 이 법들이 같은 가치를 담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고 싶어서 묶어서 발의를 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에 말이 안 되는 법이 얼마나 많이 발의되는지 혹시 아세요? 말도 안되는 법안을 진짜 많이 발의하거든요. 근데 이렇게 필요한 법이 발의가 안된다고 하는 건 그거야말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1대 국회 임기 내에 반드시 추진하고자 했고, 결국 2023년 5월에 발의를 할 수 있었어요.

가족구성권 3법을 발의하기까지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장혜영 제가 국회에서 이 법안을 발의를 하겠다고 했는데 동성혼 법안에 도장을 찍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많은 분들이 안 찍어주셨어요. 그런데 안 찍어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한 명 찍어줬거든요. 그게 누구냐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에요. 저는 이 법안을 최대한 모든 정당의 국회의원들하고 같이 발의해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건 대한민국의 진보, 보수를 떠나서 모든 사람들에게 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법이었어요. 근데 국민의힘에서 그래도 말이라도 해볼 만한 사람은 김예지 의원이었어요. 왜냐하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기 위해서 자기 스스로도 시각장애 당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었고, 저도 장애 문제를 가지고 의정활동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친하게 지냈거든요. 근데 3법을 설명하고 ‘여기에 도장 좀 찍어주세요’라고 얘기를 하니까 앞에 두 개는 되는데 이건 도저히 안 될 것 같다고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거절당할 거라고 생각하긴 했는데 막상 그 얘기를 들으니까 뭔가 갑자기 북받쳐 오르는 게 좀 있었어요. 그래서 “의원님, 어떤 사람들은 진짜 말도 안 되는 법안을 너무나 손쉽게 밀어붙이는데, 이걸 내일 당장 통과시켜달라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절박한 법안 하나 발의하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들까요?” 하면서 울어버렸어요. 근데 김예지 의원이 같이 울더라고요. 그러면서 “모르겠다, 찍어줄게요.” 하면서 도장을 찍어줬어요. 울어서 받은 도장이죠. 그때 김예지 의원이 도장과 함께 자신감을 가지라며 ‘컨피던스’란 음료수를 선물로 줬는데 대단한 건 아니지만 저한테는 대단한 거였어요.

생활동반자법이 있다면 혼인평등법은 굳이 필요한 것이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혼인평등법을 발의하신 이유가 있으실텐데요. 두 법안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다르고, 각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혜영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취향 차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들고 싶은데요. 두 나라 모두 생활동반자법이 먼저 입법이 되고, 이후 동성혼법이 제정이 됐어요. 흥미로운 점은 프랑스는 두 제도가 병존하고 있지만, 독일은 동성혼이 가능해지면서 생활동반자법을 폐지했다는 것입니다. 또 프랑스에서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되고 나서 이성애자 커플들이 결혼보다 생활동반자 관계를 더 많이 맺게 됐다고 하는 굉장히 흥미로운 통계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독일 모델보다는 프랑스 모델이 좀 더 사람들에게 많은 선택권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결혼제도는 유책주의라는 것을 택하고 있고 파탄주의를 택하고 있지 않습니다. 말이 파탄이라서 좀 그렇기는 한데요. 유책주의라고 하는 것은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이 사랑이 끝났어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으면 이 관계가 계속 가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이 관계를 유지하는 게 서로 불행이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이미 불행해져 있는 가족 관계를 계속 가져가는 어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게 유책주의의 문제인데요. 파탄주의라고 하는 제도는 한쪽에서 사랑이 끝났으면 이것은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결혼은 두 시민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맺는 관계인데, 한쪽은 끝났는데 이 관계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어요? 물론 더 사랑하는 사람은 가슴이 찢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제도의 목적이 두 사람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관계는 끝난 것으로 본다는 것이죠. 이렇게 두 가지 종류의 결혼 제도가 전 세계에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생활동반자 관계는 파탄주의를 적용하는 제도로 기본적으로는 설계가 되어 있고요. 그래서 이 두 가지의 제도 중에서 내가 생각하기에 좀 더 나의 행복에 걸맞은 제도를 선택할 수 있게,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둘 다 필요하다라고 생각합니다.

생활동반자법이 22대 국회에서도 발의가 되었는데요. 법안 통과를 위해 어떤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장혜영 저는 이것을 어떤 특정 당사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가능한 그렇게 호명되지 않았던 사람들이 열심히 캠페인을 하는 모습을 22대 국회에서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비성소수자, 완전 정상성 그 자체인 분들이 캠페인을 하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 법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가장 열렬한 지지자는 저희 아버지세요. 저희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을 하시고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새로운 연애를 시작을 하셨고, 코로나 때 백신 후유증으로 저희 새어머니가 돌아가셨거든요. 근데 그때까지 혼인 신고를 하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사실혼 관계이긴 했었는데 그걸 제도적으로 증명하는 게 되게 어려워서 무연고 장례를 치를 뻔 했었던 분이에요. 근데 혼인은 집안과 집안이니까 이 집안 모든 사람들한테 내가 결혼을 다시 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은 사실은 정상성 그 자체인 저희 아버지한테도 너무 힘든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두 사람 간의 관계인 생활동반자 관계라는 게 만약에 있었다면 저희 아버지의 삶, 그리고 저희 새어머니의 마지막 날들은 훨씬 더 따뜻했었을 수 있을 것 같고, 좀 더 다정다감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 사람들이 생활동반자법을 통해서 가족 밖에 있었던 사람들이 아니라 기존의 가족 관계만으로는 사실은 충분하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관계에 대한 상상을 펼쳐 나가는 것들이 새로운 캠페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요.

성별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혼인할 권리를 요구하는 혼인평등소송이, 현재 다수의 동성 부부와 법률 대리인단을 통해 활발히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분위기나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캔디 저는 세대간의 인식 차이가 엄청나게 크다고 봅니다. 제가 지금 40대 중반인데 제 윗세대만 해도 동성간의 결혼은 ‘아예 불가능한 일’로 여기는 분들이 많았어요. 반면, 2030 세대는 평등에 대한 감각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나에게 평등한 권리가 있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결혼을 하고 싶다면 결혼을 할 수 있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실제로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구청에 가서 반려 처분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있어서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습니다. 대법원에서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승소 판결이 있었잖아요. 그 판결을 기점으로 사람들의 공감대가 크게 확장되었습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는 한집에 살며 생계를 같이 하는 사람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느냐의 문제였고,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사실혼 관계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건 단순히 동성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을 함께 꾸려가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권리구나’라고 깨닫게 된 것이죠. 혼인평등이라고 하는 것도 동성애의 문제가 아니라 ‘생계를 같이 하고 삶을 나누는 이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보편적인 방향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혜영 저는 이 운동의 힘이라는 걸 혼인평등소송을 보면서 진짜 많이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과거 김조광수 감독의 사례를 통해 혼인제도에 대한 위헌 소송이 가능하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당시에는 끝까지 가지는 못했습니다. 소송이라는 게 승소 아니면 패소로 결과가 명확히 나뉘기 때문에, 자칫 패소하여 ‘역시 안 되는구나’라는 방식으로 확인하기보다는 이슈메이킹하는 것에서 큰 의의를 찾자는 것으로 멈추었던 것이죠. 그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성소수자의 존재와 동성혼이라고 하는 게 왜 필요한지에 대한 캠페인을 계속했고, 여러 사회적인 압박을 감수하면서도 함께 공동소송에 나서는 다양한 커플들이 등장했어요. 그리고 그만큼 법조계의 분위기도 바뀌었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 끝까지 가볼 수 있겠다, 진짜 바꿔볼 수 있겠다 싶어요. 실제로 우리와 비슷한 법제를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도 최근 지방법원에서 동성혼 관련된 소송들이 다 승소하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 역시 승소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서 저는 정말 해볼만하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퀴어 동성애 교육을 반대하는 교육감 후보의 현수막을 봐야하는 상황에서 지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텐데요. 혐오를 혐오하지 않고, 소진을 최대한 늦추는 나만의 방법,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을까요?

캔디 소진되지 않는다거나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 같은데요. 소진되지 않기 위한 저의 방법은 그냥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거예요. 같이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중요한 것 같아요. 욕을 해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울어도 같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런 것들을 계속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엄청 친한 사람한테만 그런 얘기를 하지는 않아요. 누구한테든 일단 얘기합니다. 갑자기 핸드폰에 있는 번호로 전화해서 ‘잘 지내? 난 요즘 잘 못 지내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자신의 단단함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내 핸드폰에 있는 사람들은 철천지원수가 아닌 바에야 나를 언제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에요. 전화를 하고, 안부를 물으면 우리는 조금 더 친해집니다.

장혜영 지친다는 것을 인정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사실 되게 빨리 지치는 스타일이에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나면 벌써 지치는…(웃음). 근데 원하는 일을 하면서 지치는 편이 낫지 않나 라고 생각하는 쪽이고요. 오늘의 테마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 제가 원하는 가족, 저의 삶의 방식을 지지하는 가족과 함께 있기 때문에 이 시간들을 기꺼이 돌봄을 받으면서 버텨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순간들은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순간들도 있잖아요. 그럴 때 나를 지지해 주고 나의 존재 가치와 삶의 방식을 응원해주는 사람인 가족이 있어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그런 가족을 꼭 만나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2026.6.25. 봄봄클럽 <연대와 돌봄, 가족을 구성할 권리> 참가자들과 함께(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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