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 국민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 : 자동조정장치 VS 국고투입
정세은 |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정인영 |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
I. 서론
국민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5년마다 한 번씩 실시되는 재정 계산 이후 어김없이 제기되는 이슈이다. 2023년에 실시되었던 제5차 재정 계산도 기금이 2056년에 고갈될 것이며, 그 이후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보험료는 30~40%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제출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당장 보험료를 16~20% 수준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제5차 재정 계산 직후 본격적인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되었다. 당시 집권당인 국민의힘 정부는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두고 보험료를 올리는 개혁을 추진하려 했으나, 그러한 개혁은 지지율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2024년 국민 대표 500명을 모아서 공론화를 통해서 일을 진행시키려 했다. 당시 정부 측은 국민 대표들에게 재정 불안에 대해서 강하게 강조하며 보험료 인상 결정을 유도하였다. 그러나 국민 대표 500명이 선택한 방안은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을 동시에 올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론화를 배경으로 해서 결국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올리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2025년 3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러한 모수개혁이 국민연금의 재정 측면에 미친 영향은 기금 고갈 시점을 뒤로 연장한 것, 기금고갈 이후 적자 수준을 소폭 줄인 것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었으나, 기금 고갈 이후 GDP 대비 5~6%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되어 여전히 재정불안정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II. 대안이 될 수 없는 공적연금 자동조정장치(혹은 자동삭감장치)
소위 ‘재정안정론자’들은 당장의 보험료 급증 혹은 급여 삭감을 재정안정화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연금충당부채 혹은 미적립부채와 같은 용어를 사용하며 국민들에게 국민연금 고갈과 고갈 이후 국채 급증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이를 이유로 보험료 급증이나 급여 삭감을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모수개혁으로 보험료를 소폭 인상했기에 근접한 시기 안에 보험료를 다시 올리기는 어려우므로 급여 삭감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급여를 삭감하기 위한 수단으로 ‘재정안정론자’들이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방안은 자동조정장치(Automatic Adjustment Mechanisms, AAMs)이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 변화·경제 상황·연금 재정 상태에 따라 제도의 변경이나 법 개정 과정 없이 보험료율, 연금액, 수급개시 연령 등이 자동으로 조정되도록 함으로써 연금 재정의 안정을 담보하고자 하는 장치이다. 이 제도는 이름 그대로 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연금 개혁 논의 및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연금제도의 재정 불안 요소를 완화시켜 준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구조나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급여액이나 기여율을 자동으로 조정해서 재정 안정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데, 보통은 급여액을 조정(혹은 삭감)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이런 이유로 ‘자동삭감장치’라고 부르는 것이 더욱 정확할 수 있다. 독일, 스웨덴, 일본, 핀란드 등 해외 주요국들이 이미 급여액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상태이다. 자동조정장치가 작동하게 만드는 조정 변수로는 ①기대여명(핀란드)이거나, ②기대여명과 가입자 수 변화(독일, 일본, 스웨덴 등)였다. 조정 방법으로는 연금 급여 연동률(임금·물가상승률)에 ①별도의 지수 개발·적용(핀란드-기대여명 계수, 독일-지속가능성 인자, 스웨덴-균형지수 등)하는 방식이거나 ②기대여명 증가율·가입자 수 감소율(일본-거시경제슬라이드 조정률)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국가들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였을 때의 사회경제적 상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이 국가들의 노인빈곤율은 2.5~23%로 상대적으로 낮았고, 소득대체율은 50.5~60%로 상당한 수준의 급여액을 제공했으며, 소득대체율 하한이 있는 국가도 있었다. 한편, 보험료율은 18.3~21.6%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거나 상한이 있었으며, 상당한 수준의 국고도 보조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이 급여액을 깎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용인하게 한 조건인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조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압도적으로 높고, 국민연금 수급률·급여액이 충분하지 못하다. 2024년 기준 노인빈곤율은 35.9%(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였으며, 2025년 6월 기준 국민연금 수급률은 65세 인구 대비 54.5%였고, 평균 노령연금 수급액 67.9만 원이었다. 즉 OECD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 국민연금의 광범위한 사각지대와 낮은 급여 수준, 막대한 적립기금 등을 고려한다면 단기간 내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은 매우 낮다.
III. 보험료 추가 인상과 기금수익률 제고는 필요하지만, 한계 존재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와 관련하여 가능한 수단 중 하나는 보험료를 향후 추가로 인상하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모수개혁으로 올해부터 보험료가 매년 0.5%p 상승하여 2033년에 13%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앞에서 사례로 든 주요국들의 경우 보험료율이 18~21%였음을 알 수 있다. 보험료를 13%까지 올린 후 추가로 올리는 것이 재정 안정화를 위한 가용한 방안이 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요국들의 소득대체율이 50~60%로 우리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즉 2033년 이후에 보험료를 추가 인상하게 되면 추가 보험료 부담은 미래 세대에게만 가해질 것인데, 소득대체율 제고 없이 보험료만 대폭 인상하는 것은 세대 간 불공정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13%보다 보험료를 더 높이 인상하는 것은 현재와 같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대체율 하에서는 가용한 방안이지만 인상 폭을 매우 크게 할 수 없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한편, 기금수익률의 장기 전망치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5차 재정계산에서는 기금수익률 장기 전망치를 4.5%로 설정하고 국민연금재정을 전망했다. 그런데 4.5%라는 전망치는 과거와 현재의 국민연금 수익률에 비해 과도하게 낮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1988~2020년, 약 30년간 평균 기금수익률은 6.27%였고 최근 수익률이 더욱 올라서 1988~2024년은 약 6.82%였다.
지난해 모수개혁 이후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수행한 장기 전망에 따르면, 모수개혁으로 기금소진 연도는 8년 후인 2065년으로 연장되고, 기금운용 수익률 전망치를 5.5%로 설정한다면 다시 8년 후인 2073년으로, 기금운용 수익률 전망치를 6.5%로 설정한다면 25년 후인 2090년으로 연장된다. 물론 지금부터 70년이라는 장기에 대해 평균 6.5% 수익률을 가정한다는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그렇지만 4.5%라는 전망치는 다소 낮아 보인다. 기금수익률이 4.5%보다 높게 설정된다면 국민연금 재정의 미래 전망은 지금보다 훨씬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소폭의 보험료 추가 인상, 기금수익률 전망치 상향이 기금 소진과 소진 이후 대규모의 적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5.5%의 기금수익률 전망치를 채택하고, 보험료를 2043년부터 4년에 걸쳐서 13%에서 15%로 더 올리는 시나리오를 추가하면, 기금 소진은 2075년으로 미루어지고, 기금 소진 이후 적자 규모는 GDP 대비 0.5%p 정도 줄어드는 개선 효과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GDP 대비 5%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2093년 기준으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내부 추정자료).
IV. 국고 투입의 정당성과 국고 투입 방안
급여액의 삭감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의 소폭 인상, 기금수익률 전망치 상향만으로 장기적인 국민연금 재정안정을 달성하기 어렵다. 이 시점에서 한번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은 국민연금의 재정불안정 문제가 저부담-고수익 설계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가이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 국민연금 필요내부수익률(평균수명, 평균임금자 보험료 총액으로 급여총액에 일치하도록 하는 최소 수익률)과 실제 실현 수익률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원종현 외(2022)의 연구에 따르면 1970년대생 이후부터는 이런 문제는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간 여러 차례 연금개혁을 통해서 보험료를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낮추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그림1]을 보면 1960년대생까지는 내부수익률이 실제의 수익률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나온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은퇴한 세대나 곧 은퇴할 세대에 대해서 급여액을 줄이자는 제안이 나올 수 있다. 실제로 1940년대, 1950년대생들은 국민연금 초기에 보험료 3%-소득대체율 70%라는 우대 조건으로 가입했고, 그 후 기대여명이 크게 증가했으므로 국민연금 재정에 크게 부담을 야기한 것은 맞다. 1960년대생들도 그보다 덜했으나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재정에 부담을 야기하였다.
그렇지만 1960년대생까지 부담에 비해서 많이 받아 간 것에 대해서 그들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 악화의 큰 부분은 예상하지 못했던 기대여명의 빠른 증가와 출산율의 하락 때문이고, 1940년대생과 1950년대생들에 대한 혜택은 국가가 국민연금 제도를 복지제도로서 운영하였기 때문이며, 1960년대생들이 누린 고수익률은 당시 국가가 저수익 투자자금으로 국민연금 기금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국민연금이 수행하는 재분배적인 기능, 즉 크레딧 제도 운용, 저임금노동자 보험료 지원 기능 등도 보험 가입자들의 책임은 아니다. 결국 은퇴세대가 야기한 국민연금 재정불안정 문제와 재분배 기능에 의한 재정불안정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이고, 이는 현재와 미래 모든 국민들이 함께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이렇게 현재와 미래의 모든 국민들이 책임져야 할 문제를 60세 이전 인구의 노동소득에만 부담시키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 [그림 2]는 경상 GDP 장기 전망치와 경상 GDP 중 국민연금 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총액 전망치이다.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에 따르면, 연금 재정을 감당하는 보험료는 60세 이전 인구의 노동소득에만 부과되므로 미래에도 국민연금이 부과되는 소득총액은 현재와 같이 전체 경상 GDP의 약 25%에 불과하다. 국민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 재정안정을 위한 부담이 일부에게만 지워지는 것이다. 특히 현 제도가 지속되면 고자산 계층, 경제활동이 활발한 65세 이상 인구가 이러한 재정 부담 책임에서 제외되게 된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 투입은 국민연금 재정을 안정화시키는 방안이면서, 공평하게 그 부담을 국민들이 나누어서 지는 방안이다. 국고 투입은 세수입으로 국민연금 재정을 보강하는 것이므로, 세금을 내는 모든 사람, 근로 세대와 은퇴 세대 모두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국민연금 재정에 기여하게 만드는 방안이다. 특히 세금은 누진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능력에 따라 차별적으로 국민연금 재정에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고 투입의 바람직한 시점과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크레딧 제도 운용, 저임금노동자 보험료 지원을 위한 재원은 당장 국고가 투입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그 외에 초기 국가에 의한 저수익 야기, 초기 가입자 우대, 출산율 인하로 인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적자 부분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대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시점에 국고를 대규모로 일시에 투입하기보다 이른 시기부터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일찍 투입할수록 현세대의 부담이 커지게 되며, 이것은 지금도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는 국민연금 기금을 더욱 높게 쌓게 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적정한 시기는 13%까지의 보험료 인상이 끝나는 2033년 이후, 혹은 국민연금 적자가 시작되어서 기금을 줄여야 하는 시기부터가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V. 국고 투입 포함 재정안정화 방안 시뮬레이션 결과
보험료율 추가 인상, 기금수익률 전망치 상향 조정, 가입연령과 수급연령을 상향 조정, 소폭의 국고 투입을 병행하면 국민연금 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표 3>은 이러한 재정 보강 방안들을 동시에 적용했을 때의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 전망치를 보여주고 있다. 시뮬레이션은 재정 보강 방안과 함께, 가입연령과 수급개시 연령을 조정하는 방안까지 포함해서 실시했다. 가입연령은 현재의 59세에서 2035년까지 64세로 올리고(2027년부터 2년에 1세 상향 조정), 2038년부터 가입연령과 수급개시연령을 5년에 1세씩 3년을 더 올리는 것으로 설계했다(2053년 가입연령 67세, 수급개시 연령 68세).

위의 시뮬레이션은 국민연금 재정안정화를 위해서 여러 수단이 동원되고, 특히 국고 투입이 동원된다면 무리하지 않더라도 국민연금 재정안정화가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준다. 물론 현재의 시뮬레이션은 2093년에 기금이 고갈되어 이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고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93년 이후는 인구 전망도 가능하지 않은 정말로 불확실한 세계이다. 그 세계를 대비하기 위해 기금을 높이 쌓아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한다면, 이렇게 정성을 기울여 국민연금 재정안정화 방안을 도출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한편, 보험료 추가 인상, 대규모의 국고 투입도 당장은 필요하지 않다. 당장은 크레딧 제도 운용, 저임금노동자 보험료 지원을 위한 재원 정도로 국고를 투입하고,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 제고, 출산율 제고 등 국민연금 제도 바깥에서 국민연금 재정 강화에 기여할 요소들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 참고문헌 |
· 원종현, 박나리, 2022, ‘국민연금 제도 운영자의 부담비 추정: 가입자 수익비와의 비교’, 사회복지정책, 제49권, 제3호.
월간<복지동향> 2026년 8월호(제3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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