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④]오키나와에서 제주로 전하는 연대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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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으로 시작해 2016년 제주생명평화대행진으로 이어져 온 대행진이 올해로 12회를 맞습니다.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은 이제 일상에서의 모든 형태의 억압과 차별을 넘어 평등으로 가는 연대의 장이 되고 있습니다. 대행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4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연속기고①] 전쟁의 시대, 평화의 길을 열기 위해 우리는 지금 강정으로 간다
[연속기고②] 평화의 걸음이 연대의 힘으로
[연속기고③] 깃발이 되는 법
[연속기고④] 오키나와에서 제주로 전하는 연대의 편지

오키나와에서 제주로 전하는 연대의 편지

카모시타 유이치 / 일본산묘법사, 스님 

저는 2014년에 처음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한 이후로 여러 차례 대행진에 참여해 왔습니다. 저는 걸으며 기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스마트폰 화면이 소리와 영상의 세계인 것과 달리, 외부를 걸을 때는 바다 향기와 모두가 함께 먹는 식사의 맛, 몸에 닿는 바람·비·햇빛 등 다양한 감각이 저를 만족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여름의 푸른 한라산, 눈을 감았을 때 파란 하늘과 초록 오름의 색 대비가 떠오릅니다. 여름 무더위의 제주도와 차가운 강정천도. 

또한 행진 참가자들과의 만남도 제가 여러 번 참여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눈을 감으면 많은 동료들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기억은 나에게 대행진 참가를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강정생명평화대행진 현장 (사진=카모시타 유이치)

처음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나는 4.3사건과 일본군에 의한 섬 요새화에 대한 역사를 전혀 몰랐습니다. 4.3사건 때문에 재일조선인 중 제주도 출신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제주도에 다니게 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태어난 일본 사회의 부정적인 역사를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국가가 그렇듯이, 일본에서도 대다수 일반인의 역사적 무지가 국가 간 균열을 심화시키고, 정치인과 편협한 민족주의자들에 의해 이용되고, 이웃 국가와 재일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다각적인 시각으로 역사를 배우는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일본인으로서 과거 아시아와 태평양에 대한 식민지 지배와 가해의 역사를 떠나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는 동시에, 한 인간으로서 아시아·태평양 사람들과 우정과 신뢰를 쌓는 일은 가능하다고 강하게 믿을 수 있는 것은, 이런 대행진을 통해 직접적인 교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오키나와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미군의 헤노코 신기지 건설 반대운동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오키나와현 외 고등학교의 수학여행 평화 교육의 일환으로, 고등학생들이 헤노코의 신기지 건설에 따른 바다 매립 공사 현장을 보기 위해 평소 항의선으로 사용되는 두 척의 소형 선박으로 해상 견학을 하던 중, 높은 파도에 배가 전복돼 고등학생 1명과 선장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해상보안청은 해상 행동을 하고 있던 책임 단체에 대해 사고 원인과 해상운송법 위반이 있었는지를 수사하고 있습니다. 같은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은 필수입니다. 그것은 운동 측에도 학교 측에도 요구되는 일입니다.

수학여행을 실시한 학교에 대해서도 문부과학성은 교육기본법의 정치적 중립성에 위반되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전국 학교들의 평화 교육이 ‘정치적 중립’이라는 말로 위축되고, 축소되면서 앞으로의 평화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키나와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몇 가지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ㅡ 정부가 이 사고를 빌미로 평화 교육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고, 중립성을 무기로 평화 교육에서 이루어지는 정부에 대한 비판을 위축시키려는 의도.

ㅡ 대형 언론사의 허위 보도 위험성. 인터넷상에서 평화 교육에 대한 공격과 오키나와에 대한 비난.

ㅡ 이번 사고에만 초점을 맞추어 오키나와의 군사기지 반대 운동을 문제시하고, 일본의 오키나와에 대한 차별과 그간의 역사에 대한 무지를 돌아보지 않는 것.

ㅡ 사고 후, 사망한 선장의 성폭력 사건이 지역 신문에 보도되면서, 운동 내부에서의 괴롭힘과 성폭력, 성별·연령·입장에 의한 권력차이 구조 역시 다시 문제시되고 있습니다. 

사고 이후에도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헤노코 스와리꼬미(연좌시위) 현장에 연대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요.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서 여러분을 만날 생각에 기대됩니다.

카모시타 유이치(일본산묘법사,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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